| 햇볕과 바람으로만 자란 장흥 무산김 |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무산(無酸) 김’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대부분 김을 양식하는 과정에서 잡태류를 제거하기 위해 산을 뿌립니다. 하지만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장흥에서는 김을 양식할 때 산을 쓰지 않습니다. 오직 햇볕과 바람으로만 김을 키웁니다. 산을 쓰지 않고 김을 키우는 것은 그만큼 노동이 많이 필요하기에 무척 고됩니다. 그런데도 장흥군 생산자들은 왜 이런 수고스러움을 감내하는 걸까요? 환경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방식인 무산 김을 양식하는 장흥군 생산자의 이야기, 자연드림에서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 장흥 바다를 지켜온 무산 김 양식
전남 장흥군 어민들은 2008년 5월 무산 김 양식을 선포한 이후 12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청정해역을 일궈가고 있습니다. 바다에 산을 뿌리지 않으니, 수중식물인 잘피(바다풀) 군락지가 확대되었습니다. 잘피는 수중 생물에게 서식지를 제공하고 물속 산소를 공급해 바다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잘피 군락지가 확대되자 낙지, 매생이, 미역, 키조개 등 장흥군 앞바다의 수산물도 증가했습니다. 2017년 ‘청정해역 갯벌생태 산업 특구’로 지정된 장흥군 득량만 해역은 환경 모니터링 결과 다양한 어종과 낮은 적조 발생, 인근 바다보다 오염물질이 적어 해양수질 1등급을 받았습니다. 이에 힘입어 생산자들은 “올해는 ASC 국제 인증을 받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라고 다짐했습니다.
ASC 인증이란?
ASC (세계양식관리협의회, 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 인증은 무분별한 수산양식을 방지하고 사료, 수질, 항생제 사용 등을 관리하는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국제 인증제도입니다. ![]() 김 양식 할 때 왜 산을 뿌릴까?
1994년, 정부가 무기산 사용을 금지하기 전까지 김 양식에는 희석한 염산(염화수소산)을 활성 처리제로 사용했습니다. 염산은 잡태류 (김발에 붙어 자라는 파래, 규조류 등)를 제거하고, 병해를 막는 효과, 김 성장을 촉진 시키는 장점이 있어 김 수확량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김 양식에 사용되는 활성 처리제는 흔히 농산물의 성장촉진제와 같습니다. 김 양식장에서 활성 처리제로 사용한 염산은 바닷물에 분해되지 않고 밑으로 가라앉아 갯벌을 굳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또한, 굴이나 바지락이 쉽게 폐사하고 식물성 플랑크톤이 녹아서 잘피와 해양 어류가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듭니다. 염산을 묽게 희석하더라도 사람에게 피부질환과 소화기 이상을 일으킬 수 있어 소비자, 양식 어민들이 반발하자 정부는 무기산 대신 유기 활성 처리제(유기산)를 허용했습니다. 유기산은 구연산, 빙초산, 젖산, 사과산 등이 있으며 주로 식물을 발효시켜 만든 친환경적 활성 처리제를 말합니다. 하지만 유기산을 사용해보니 무기산보다 효과가 떨어지는데 가격은 8배가량 비싸서 나중에는 유기산에 무기 염산을 섞거나 몰래 염산을 사용하는 일이 종종 적발되었습니다. ![]() 무산 김 양식, 수고스럽지만 가치 있는 일 산을 쓰지 않고 김을 양식하는 일은 고됩니다. 새벽마다 바다에 나가 김을 채취하고 김발을 뒤집어야 합니다. 산으로 녹이던 잡태류는 김발을 공중에 띄워 햇볕을 쫴 막아야 하며, 5일 간격으로 해야 합니다. 햇빛은 잡태류가 자라지 못하게 막고 김이 광합성을 하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햇볕을 쬐면 김이 녹거나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새벽에 나가 김발을 띄웠다가 4~5시간 후엔 다시 뒤집어 넣어줘야 합니다. ![]() 여러 번 햇볕을 쬐며 해풍에 단련될수록 김 맛도 깊어집니다. 바다 위를 오가는 어부의 고달픈 손길이 정성스러울수록 김의 때깔과 맛이 풍부해집니다. 유기 농산물이 관행 농보다 수확량이 떨어져 고민하는 것처럼 산을 치지 않고 햇빛과 바람으로만 키운 유기농 김도 수확량은 관행농보다 한참 부족합니다. 유기산 활성 처리제와 사카린을 친 달고 부드러운 맛에 길든 소비자는 무산 김이 질기고 고소함이 덜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장흥군 어민이 무산 김을 고집하는 이유는 유기농 무산 김에 대한 자부심, 장흥군 득량만을 청정해역으로 만드는 일, 지속 가능한 김 양식업을 잇고자 하는 굳은 의지 때문입니다. 또한, 그 맛과 정성을 인정해주는 진정한 무산 김의 가치를 알아주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 자연드림도 인정한 무산 김 자연드림 김 생산 공방인 ㈜수미김 허선례 대표는 조합원이 원하는 유기농 김을 수소문하다 장흥군 무산 김을 접하게 됐다고 합니다. “유기 활성처리제도 치지 않고 김 양식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장흥군 생산지를 찾아갔어요. 대개 생산지 관리 방법을 자세히 물어봐도, 대부분 명확하게 답변을 안 하거나 잘 알려주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장흥군 생산자들은 다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하더라고요. 무산으로 키우느라 참 힘들게 고생하며 생산한 김을 우리 소비자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흥군이 아이들에게 갯벌 생태계를 보전해 물려주려 노력하고 환경보호에 솔선하는 것도 공감하는 바가 컸고요.” 허선례 대표와 인연을 맺게 된 장흥군 무산 김은 자연드림 매장에서 ‘장흥무산김김밥김’과 ‘무럭무럭어린이김’, ‘안심하고맛김’, ‘장흥무산곱창돌김’으로 소비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장흥무산곱창돌김은 3월 중순부터 햇김으로 만들어 공급될 예정이며, 현재는 매장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방사능, 중금속, 사카린나트륨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니 도시락용 일반 김도 공급을 앞두고 샘플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빠르면 3월 초부터 공급된다고 하니 곧 2020년산 장흥 무산 김을 많이 만나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2년의 긴 세월 동안 장흥군과 어민이 함께 협력해서 지켜온 무산 김이 자랑스럽습니다.
산을 사용하지 않고 김을 키운 어민들의 고생 덕분에 오늘도 건강한 김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함께 살아가는 지구환경의 미래를 준비하고 지속 가능한 어업을 만드는 것은 가치 있는 일임이 틀림없습니다. 앞으로도 장흥 무산 김의 가치를 많은 사람이 알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취재-햇살유니, 농땡선녀, 엄지영 조합원 세이프넷 기자단 |
| 주요 소식 | |||
|
전체글 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