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서른 살 아이쿱, 모든 것을 걸고 묻습니다.
‘왜 우리는 다시 일어서 나아가야 하는가?’
조합원 여러분,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아이쿱자연드림은 지금 지난 30년 역사 중 가장 가혹하고 무거운 위기의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유기농’이라는 말조차 낯설었던 시절, 새벽마다 산지를 찾아 생산자를 만나고 흙 묻은 채소와 벌레 먹은 과일을 소중한 생명의 먹거리라 믿으며 함께 길을 걸어주셨던 조합원 여러분이 계셨기에 오늘의 자연드림이 존재합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조합원들의 강한 믿음과 성실한 이용이 있었기에, 우리는 한국 협동조합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서른 살입니다. 갓난아이가 청년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좋은 판단과 실천으로 바른 길을 가기도 했고,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치열하게 준비해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치유산업으로의 전환’ 역시 100세 시대에 건강한 삶을 위한 ‘식약동원’의 가치를 신념을 넘어 일상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진심 어린 꿈이었습니다. 좋은 음식을 먹고, 여가를 즐기고, 아프면 함께 치유하며 조합원들의 생애 전 과정을 협동조합 안에서 건강하게 누릴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치유식품 단지 조성과 사업 전환 과정에서 취지의 정당성을 앞세운 나머지 시장의 현실과 조직의 체력은 세심히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매장 물품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고, 무엇보다 조합원 여러분의 귀한 재산인 ‘차입금 상환 지연’과 자연드림의 뿌리인 ‘산지 생산자분들에 대한 물품 대금 지연’이라는 가장 부끄럽고 참담한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30년간 쌓아온 신뢰를 지키지 못하고 깊은 상처를 드린 점,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구성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그럼에도 오늘 우리는 스스로에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왜 아이쿱자연드림은 넘어진 이곳에서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지난 30년 동안 조합원, 생산자, 임직원이 함께 일궈온 아이쿱은 단순한 유기농 매장이 아닙니다. 자본시장이 오직 ‘이윤’만을 목적으로 달릴 때, 사람과 생명,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삶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에 두는 독보적인 생태계를 만들어왔습니다. 생산자는 안심하고 농사에 전념하고, 조합원은 건강한 먹거리로 삶을 지키는 이 소중한 연결 고리는 오직 아이쿱 생태계가 존재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에겐 자연드림만이 만들 수 있는 식품이 있고, 온 국민의 필수 식품이 되어야 하는 가치 있는 먹거리가 있습니다. 그것을 만들고 세상에 내놓기 위해 쏟았던 지난 우리의 시간과 노력이 헛되이 사라져서는 안 되며, 이 생태계가 무너지면 자본의 논리로 대체할 수 없는 우리 삶의 터전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반드시 다시 일어서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말뿐인 사과나 거창한 수식어로 상황을 피하지 않겠습니다. 저희는 당장 현장에서 작동하는 실질적인 정상화 조치에 집중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자연드림의 뿌리인 물품 사업을 온전히 살려내겠습니다. 유동성 문제로 생산지 대금이 지연되면서 매장에 물품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던 상태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과제입니다. 조합원이 만족할 수 있는 이용이 가능해져야 물품 사업이 살아나고, 물품 사업이 온전히 유지되어야만 조합원 차입금 문제도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1차 농산물 매입을 최우선으로 집행하여 농산물 공급 선을 지켜내며, 이를 바탕으로 자연드림 내부 공방의 물품 공급이 조속히 원활해지도록 가동률을 올리겠습니다. 외부 생산지에서 입고되는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역시 조합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핵심 물품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하여 기본이 되는 물품 공급을 차질 없이 이어가겠습니다.
동시에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도 가능한 모든 자산을 신속히 매각하겠습니다. 단 1원이라도 더 확보하여 물품 사업 정상화를 위한 생산지 대금을 결제하고, 조합원님의 차입금은 책임 있고 질서 있게 순차적으로 상환해 나가겠습니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라는 각오로 사태를 수습하겠습니다. 이번 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특별위원회와 법인 대표들부터 살을 깎고 뼈를 깎는 실행을 하겠습니다. 스스로 썩은 부위를 도려내지 못한다면 외부의 강력한 감사를 통해 그 결과에 따른 엄중한 평가와 처벌을 기꺼이 받겠으며, 온정주의 없는 인적 쇄신을 이뤄내겠습니다.
실망감과 분노로 차 있으실 조합원님들의 마음을 저희는 뼈아프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서른 살 아이쿱, 이 시련 앞에서 결코 멈출 수 없습니다. 서른 살 아이쿱이 삼백 살 아이쿱으로 이어지는 꿈을 꿉니다. 먼 훗날 그 시대의 사람들이 ‘경영상의 오판과 그로 인한 시련을 조합원들이 극복하고 가치를 끝내 지켜 낸 협동조합’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 대표단이 할 일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숨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정관에 의거하여 투명하게 소통하고 평가받으며 강력한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해 협동조합을 빠르게 정상화하여 여러분의 사업 이용과 재산을 지키는 것입니다.
부족했던 점은 성찰로 바로잡고, 잃어버린 신뢰는 말이 아닌 실천으로 다시 쌓겠습니다. 자연드림이 다시 조합원 여러분의 건강한 식탁으로 완전히 돌아오는 날까지,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부디 저희가 질서 있게 채무를 변제하고 조직을 재건할 수 있도록 이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주실 것을 간곡히 청합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