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의 의료대란, 일본은 ‘건강기능성 정보 확대’로 넘는다”

본 내용은 10월 23일(목) [건강한겨레]에 실린 기사의 전문입니다.


건강기능식품, 패러다임을 바꾸자 3
‘국민의 현명함’을 믿은 일본의 ‘기능성 정보 확대’ 정책

생활습관병 늘며 의료비 크게 늘자
‘예방 중심의 의료’ 추구하며 변화 모색
‘국민의 현명함’ 전제…기능성 정보 크게 늘려
“초고령사회 한국의 준비 정도인지 궁금해”

일본은 초고령사회에서 의료비 급증에 대한 대응책 중 하나로 식품의 건강기능성 정보를 크게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반면 2024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건강기능성 정보 확대에 소극적이다. 생성형 AI 챗GPT 그림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정책 담당자들은 ‘국민 건강의 전환 시기’를 제대로 파악하고 정확히 대처해야 한다.”

일본이 2015년 4월 ‘가공식품과 1차 농수축산물을 대상으로 한 기능성표시식품 제도’를 허용한 사례를 취재하며 떠오른 생각이다. 당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생활습관병 예방’을 국민 건강 정책의 주요 과제로 삼았고,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기능성표시식품제도’였다. 인구 구조와 질병 양상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일본 당국이 그에 맞는 제도적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초고령 사회가 불러온 변화

일본은 2007년 세계 최초로 ‘65살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 결과 의료비 부담이 급증했다. 2015년 일본의 국민 의료비는 42조3644억엔(약 400조원)에 달하며 9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75살 이상 후기고령자의 의료비는 전년 대비 4.7% 증가한 14조엔을 넘어섰다. 1인당 의료비 역시 65살 미만은 18만4900엔(약 175만원), 75살 이상은 92만9천엔(약 877만원)으로 약 5배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고령자의 의료비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 중 하나가 당뇨·고혈압·비만 등 ‘생활습관병’의 증가였다. 인구 고령화와 식습관 악화로 인한 생활습관병 증가는, 국가에는 의료비 재정을 압박했고 개인에게는 ‘건강연령과 기대수명의 차이’를 벌리면서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주원인이 됐다.

이에 따라 일본은 초고령사회가 예상되던 2000년부터 ‘건강일본21’(Health Japan 21) 정책을 시작하면서 질병을 사전에 막는 ‘1차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영양·식생활 개선과 함께 △신체활동·운동 △휴식·정신건강 강화가 주된 국민 건강 증진 프로그램이었다.

이어 2003년에는 의료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건강증진법’이 시행되면서 일본 정부의 보건정책은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건강증진’으로 대전환을 이뤘다. 또 일본 건강증진법은 고혈압·당뇨병은 물론이고 암과 순환기질환도 생활습관병으로 정의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건강증진 활동과 건강한 생활습관 개선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렇게 일본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국민 건강을 위해 제도를 차곡차곡 만들어나갔다. 이를 통해 생활습관병 발병 시기를 늦추거나 유병률을 낮추고자 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일본에서 발전된 개념 중 하나가 ‘셀프메디케이션’(Self-medication)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셀프메디케이션에 대해 “자신의 건강에 책임지고 경미한 신체 불편은 스스로 관리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우리말로는 ‘자기 치료’로 번역할 수 있다.

셀프메디케이션은 ‘현명한 국민’을 상정한다. 정보를 충분히 주면 현명한 국민은 자신의 건강에 책임질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식품의 건강기능성이다. 식품이 지닌 건강기능성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준다면 ‘현명한 국민’은 스스로 정보를 챙겨 건강한 식생활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기능성표시식품 제도의 탄생

일본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2013년 규제개혁 계획을 통해 ‘기능성표시식품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2015년 4월 시행했다. 이 제도를 통해 일본 내에서 가공식품이나 농축수산물도 건강기능성을 표시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 됐으며, 이에 따라 국민이 참고할 수 있는 식품의 건강기능성에 대한 정보도 크게 확대됐다.

일본에서는 건강기능성을 가진 식품을 ‘보건기능식품’이라고 하는데, 2015년 이전에는 보건기능식품은 두 가지 형태만 존재했다. 1991년부터 시행돼온 ‘특정보건용식품’과 2001년부터 시행돼온 ‘영양기능식품’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특정보건용식품’은 효과나 안전성을 국가가 심사한 뒤 식품별로 소비자청장이 허가한 제품(한국의 ‘건강기능식품’과 유사)이고, ‘영양기능식품’은 정부가 규정한 영양성분(비타민, 미네랄 등)이 들어 있는 식품을 뜻한다.

2015년 당시 일본 정부는 이 두 제도만으로는 ‘식품의 다양한 기능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데 크게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특정보건용식품’은 까다로운 허가 절차와 높은 비용으로 중소기업이나 농축수산물 생산자의 참여가 어려웠다. 또한 영양기능식품은 ‘13가지 비타민과 5가지 미네랄’ 함유 식품에만 국한됐다. 하지만 생활습관병을 막고 셀프메디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식물에 존재하는 ‘파이토케미컬’(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건강에 좋은 화학물질) 등 더욱 많은 기능성 정보를 국민이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일본 정부는 또한 식품의 기능성 정보를 다양하게 노출하는 것이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나 농축수산물 생산자가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시장 공간이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와 논란, 그리고 국민 신뢰

도입 당시 반대도 적지 않았다.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의 오인 가능성 등을 이유로 우려를 제기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국민을 믿는 방향을 선택했다. 2019년 서울에서 열린 ‘일반 식품의 기능성 표시 허용에 따른 식품 산업계의 대응과 역할’ 심포지엄에 참석한 일본 오사카대학 모리시타 류이치 교수(당시 일본 내각부 규제개혁회의 기능성표시제도 담당)는 “그러나 도입 후 소비자단체도 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됐다”며 “소비자청 홈페이지에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 것이 신뢰 확보의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일본의 ‘기능성표시식품’은 생산자가 직접 식품의 기능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안전성을 ‘확인’해서 소비자청에 사전 보고하게 돼 있다. 다만 ‘과학적 근거’로는 임상시험뿐만 아니라 ‘기존 관련 논문에 대한 체계적 고찰’(시스테믹 리뷰)도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과 농축수산물 생산자들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제도 도입 이후 1차 식품에 대한 일본 내 관심도가 높아졌다. 제도 시행 5개월 뒤인 2015년 9월8일 최초의 기능성표시식품으로 등록된 ‘미카비 귤’을 살펴보자. 이 귤은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에 있는 미카비마을에서 생산되는 귤이다. 에도시대 중기부터 약 300년간 귤을 재배해온 미카비의 농민들은 자신들의 귤이 뼈 건강에 도움을 주는 ‘β-크립토크산틴’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하루 270g(약 3개) 섭취 시 뼈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는 문구를 상품 포장에 표시했다. 이런 표시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매출이 올라갔다. 미카비 농민들은 생산된 모든 귤에 근적외분광법을 이용한 비파괴 측정 방법을 적용한 뒤 당도와 산도가 높은 귤만 출하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였다. 미카비 농민들은 이후 귤을 더욱 개량해 2020년에는 ‘혈압이 높은 사람의 혈압을 낮추는 기능’을 가진 ‘γ-아미노낙산’을 귤이 갖는 기능성으로 추가 등록했다.

미카비 귤처럼 기능성을 등록한 기능성표시제품의 수는 지난 10월7일을 기준으로 6975건이다. 시장 규모는 2024년 7274억엔으로 그 전해에 비해 5.2% 늘어난 규모다. 반면 한국의 건강기능식품과 유사한 특정보건용식품의 2024년 시장 규모는 2668억엔인데, 그 전해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특정보건용식품 누적 등록 건수를 보면 기능성표시식품제도가 도입된 2015년에 1238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 말 1120건, 2019년 말 1072건, 2022년 말 1069건​, 2023년 말 1064건​, 2024년 5월 1056건​, 2025년 8월 1032건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기능성을 가진 식품을 ‘특정보건용식품’ ‘영양가능식품’ ‘기능성표시식품’으로 구분해 허용함으로써 ‘정보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그리고 셀프메디케이션을 시행하는 ‘현명한 주체’인 국민은 이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 증진을 위한 생활 스타일을 설계한다.

한국의 경우는 그러나 전혀 상황이 다르다. 정부는 일본의 ‘특정보건용식품’에 해당하는 영양보충제에만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이름을 독점하게 한다. 그리고 기능성을 가진 일반식품이나 농축산물의 기능성 표시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농축산물은 이에 대한 규정조차 없는 상태이며, 가공식품은 2020년 12월29일에 제정 고시된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로 보지 아니하는 식품 등의 기능성 표시 또는 광고에 관한 규정’을 통해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2007년 초고령사회가 되기 전부터 ‘예방 중심’으로 사회를 바꾸어가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고, 2015년에는 ‘식품의 건강기능성에 대한 정보’를 크게 넓혔다. 한국은 2024년 초고령사회가 됐다. 과연 정부가 ‘국민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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