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0

장바구니

[기사] 좁은 틀 갇힌 ‘건강기능식품’, 소비자 선택을 제약하다 [건강한겨레]

본 내용은 9월 18일(목) [건강한겨레]에 실린 기사의 전문입니다.


건강기능식품, 패러다임을 바꾸자 1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 도입’ 검토한 국회 토론회 열려

한국서 시행중인 ‘건강기능식품’ 제도
세계 유일 ‘영양 보충제 중심’ 법에 기초
일반 가공식품, 농산물 포괄하지 못해

‘농산물 기능성 표기’는 국민 알권리 확대
농림부, “취지엔 공감…법적 근거 필요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주최자인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앞줄 오른쪽 넷째)과 발제자인 권오란 이화여 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앞줄 오른쪽 셋째), 최윤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뒷줄 오른쪽 넷째)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유기농항암농업연구소제공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건강기능식품 제도’가 영양보충제만 건강기능식품이라 정의하 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 다. 5회에 걸쳐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발전 방안 을 짚어본다. 편집자

우리나라의 ‘건강기능식품 개념’이 전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으며, ‘영양 보충제뿐 아니라 일반 가공식품과 신선 농산물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서플리먼트(보충제) 중심으로 ‘건강기능식품법’이 만들어진 나라”라며 “다른 나라들은 일반 식품을 다 포함하면서 그 아래에 보충제라는 개념이 조화롭게 들어가 있는데, 우리는 일반 식품은 다 버리고 서플리먼트로만 먼저 법을 만든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의 윤준병·이병진 의원이 아이쿱생협, 인(iN)라이프케어 등과 공동주최했으며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학계, 연구기관, 시민단체 등에서 약 50여 명이 참석했다.



기능성 표시를 한 농산물들. 하지만 현행 한국 법에서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협소한 정의 때문에 가공식품과 신선 농산물에 기능성 표시를 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유기농항암농업연구소제공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권 교수는 “우리나라 법률 이름이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인데 사실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아니라 ‘다이어트 서플리먼트’(영양보충제)에 대한 법률”이라며 “이에 따라 예전에 국회에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은 버리라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소비자한테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영양보충제’가 ‘건강기능식품’의 자리를 차지함에 따라 정작 ‘건강에 좋은 기능을 가진 여러 식품’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건강기능식품법은 건강기능식품을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식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학적 근거를 갖춘 특정 기능성 원료를 사용한 일반 식품’인 기능성 표시 식품은 해당 기능성 원료의 함유 사실만 표시해야 하며 ‘건강기능식품이 아님’이라는 문구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 신선 농산물의 경우 기능성을 표시할 어떠한 법적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용어가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이웃 나라인 일본과 비교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식품을 두 가지 범주로 나눈다. 하나는 일반 식품이고, 또 하나는 ‘건강 효능이 있는 식품’이다. 일반 식품에는 기능성 표시를 할 수 없고, 건강기능식품에는 기능성 표시를 할 수 있다.

한국과 차이가 있는 것은 일본의 건강기능식품은 특정건강용도식품(FOSHU), 기능성표시식품(FFC), 영양기능표시식품(FNFC) 등 건강 효능이 있는 모든 식품을 포함한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특정보건용식품은 인체의 생물학적 기능을 향상할 수 있는 생리적 기능과 관련된 영양 성분을 함유한 식품으로 시판 전 일본 소비자청(CAA)의 사전 승인이 필요한 식품이다. 우리나라의 ‘건강기능식품’과 비슷하다.

또 2015년 도입된 기능성표시식품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과학적 근거를 평가해 기능성을 표시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신선식품 등 모든 유형의 식품에 적용된다. 2024년 8월 현재 8683개의 FFC 제품이 신고돼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영양기능식품은 17가지 비타민과 미네랄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기능을 표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별도의 등록이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

이렇게 일본에서는 한국의 건강기능식품에 해당하는 제품인 ‘특정건강용도식품’뿐 아니라 기능성표시식품, 영양기능표시식품 등 건강 효능이 있는 모든 식품을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이름으로 포괄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협소한 정의 때문에 권오란 교수가 지적했듯이 “소비자한테 혼란을 주고”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은 버리라”는 비판을 듣는다.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는 바로 이런 문제점을 ‘신선 농산물의 기능성 표시 문제’에서부터 풀어가기 위한 출발점인 셈이다.

주최자인 윤준병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 조상님들이 훌륭하셔서 우리가 먹는 것마다 다 보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음식 속에는 몸에 좋은 여러 가지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며 “현대화된 기술을 접목해 음식 속에 담겨 있는 몸에 좋은 성분을 제대로 확인하고 발굴해내서 선택적으로 또는 전략적으로 섭취해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윤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에서 농산물의 기능성 표시는 불가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은 물론이고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등 어떤 법에도 신선 농산물의 기능성 표시에 관한 규정이 없는 탓이다. 하지만 최 연구위원은 “이제는 농산물의 기능성 표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제 알권리와 선택권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최 연구위원은 이렇게 농산물의 기능성 표시가 가능해지면 건강 상태를 ‘매우 좋다’ ‘훌륭하다’고 평가한 한국인이 38%인 현실 등도 개선될 수 있다고 봤다. 신선 농산물에 기능성 표시가 이루어지면 건강을 생각해서 신선 농산물을 이용하는 시민이 늘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 연구위원은 이 밖에도 △생산자인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 △국산 농산물의 경쟁력 강화 등도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 시행의 결과 나타날 수 있는 효과로 꼽았다.

토론자로 참가한 조서영 경인드림인 아이쿱생협 이사장은 스트레스 완화 기능 성분인 감마 아미노부티르산(GABA)이 함유된 한국 참외가 2023년 일본에서 기능성 표시 식품으로 인정받은 사례를 짚었다. 조 이사장은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수출한 참외에 기능성 성분 표시를 하면서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 적절’이라는 문구가 삽입돼 판매되고 있다”며 “같은 참외인데도 한국은 안 되고 일본은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 이사장은 이어 “국내 20대 여성의 채소·과일 권장 섭취량을 충족하는 경우는 6.5%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매년 줄고 있는 반면, 건강기능식품 소비량은 늘고 있다”며 “정부에서 별도 마크를 주면서 인증해주는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우리 밥상의 근간이 되는 농식품의 기능성 표시는 안 되고 있어 소비자의 알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토론자인 박진아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표시광고정책과 사무관은 “식약처 입장에서는 ‘표시는 규제’”라며 “건강기능식품이 생기게 된 이유는 너무너무 많은 허위·과대광고 탓”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이에 따라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국민 건강을 위해 허위·과대광고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방안을 두고 있다”며 “하지만 농수산물은 의약품으로 오인될 우려가 적기 때문에 ‘항암배추’ 등의 표현을 부당 표시로 보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농산물의 기능성 등록에 대한 적극적 규정은 없지만, 강력한 제재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유주영 농림축산식품부 그린바이오산업팀 사무관은 토론에서 “농식품부에서는 농산물의 기능성 표시제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고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시행을 위해서는 법적 근거 마련과 부처별 합의, 사후관리 체계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건강한겨레 기사 보기
소식 공유하기
소식 공유하기

라인으로 공유 페이스북으로 공유 밴드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클립보드에 복사
주요 소식
전체글 보기
 

치유학교 ×


치유에 도움이 되는 좋은 식품과 운동을 배우는 학교입니다.

힐링 호텔 & 여행 ×


2100만 국민 8대 필수 식품 ×


치유에 도움이 되는 식품 ×


자연드림 식품은 약이 아닙니다. 건강기능식품도 아닙니다.
치유에 도움이 되려는 식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