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제도 ‘규제 포획’ 우려…건강강조표시 일원화해야”

본 내용은 12월 18일(목) [건강한겨레]에 실린 기사의 전문입니다.

건강기능식품, 패러다임을 바꾸자 5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 건강정보 접근권 회복’으로 ‘시장 확대와 성숙’ 강조하는 김규호 박사

건강기능식품법 주제로 박사 논문 쓴
국회입법조사처의 ‘농업’ 입법조사관

“‘건강강조표시’를 건기식에 집중하며
‘국가가 건기식 권장’ 모양새로 설계”
취지와 괴리… 특정 기업군 이익 보장
“법 이름을 ‘식이보충제법’으로 바꿔야”

국제 기준, ‘식단 통한 건강 확보’가 원칙
미국 등 ‘일반식품 전반 적용’ 제도 운영
“장기적으로 한국도 ‘제도 일원화’ 필요”


김규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농업·농촌 담당)은 지난 12일 건강한겨레 인터뷰에서 현행 건강기능식품법 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특히 현행 제도가 ‘건강강조표시’ 또는 ‘건강기능성 표시’를 이른바 ‘건강기능식품’에 상대적으로 집중시키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식이보충제’라는 일반 적이고 객관적인 용어의 제품군이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강력한 홍보 효과를 지닌 명칭으로 불릴 수 있도록 국 가가 공인해준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김 조사관은 이에 따라 “현행 건강기능식품법을 실체에 맞게 ‘식이보충 제법’으로 명칭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농어민신문제공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은 제정 취지와 실제 작동 방식에 괴리가 존재하는 법이라고 봅니다. 2003년 제정 당시에는 ‘국민 건강 보호’라는 공익적 목표가 분명했지만, 운영 과정에서 국가가 나서서 특정 기업군의 이익을 제도적으로 과하게 보장하는 모양새가 된 측면도 있습니다.”

김규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농업·농촌 담당)은 지난 12일 건강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밝혔다. 김 조사관은 이 과정에서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이라는 개념을 언급했다. 이는 공익을 목적으로 설계된 규제체계가 시간이 가면서 규제 대상 산업이나 특정 이해집단의 영향 아래 놓여, 결과적으로 피규제자의 이해를 상대적으로 더 반영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198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조지 스티글러(1911~1991)가 이론화해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김 조사관은 인터뷰 동안 여러 차례 건강기능식품법이 출발 당시의 선한 의도와는 달리 소비자의 건강 관련 정보 접근, 건전한 식문화 형성, 농업과 식품산업의 균형적 발전 등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행 제도가 특정 유형의 사업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동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19년부터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농업·농촌 분야를 담당해온 김 조사관은, 그에 앞서 2017년 서울대 대학원 농경제사회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학위논문 제목은 ‘건강기능식품 제도와 농식품의 건강강조표시(health claim)에 관한 법경제학적 연구’로, 이 연구에서 그는 건강기능식품 제도의 제도적 성과와 한계를 자세히 설명했다.

김 조사관이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박사과정생으로 있으면서 건강기능식품업계와 농업계 사이 깊은 인식의 간극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2월 농림수산부가 농림수산식품부로 개편되면서 식품업계와 농업계가 한 지붕 아래 놓이게 되었습니다. 당시 식품업계 관계자들과 일을 많이 했는데, 일부에서는 농업 분야를 단순한 원료 공급처로만 여기며 식품업계보다 하위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건강한 식문화는 서로 다른 가치와 유용성을 가진 다양한 식문화 풍토를 인정하는 데서 나오는 만큼, 이런 우월 의식으로 접근하면 농업 쪽이 위축될 가능성이 우려되었습니다.”

김 조사관은 건강기능식품 제도 역시 이러한 인식 구조 속에서 설계·운영돼온 측면이 있다고 보고, 박사 논문을 통해 “이 제도가 국제적 표준과 얼마나 다르고 그 결과가 관련 시장과 산업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논문을 쓰면서 제도 운영과 관련된 몇 가지 구조적 특징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예컨대 건강기능식품법 시행 이후 가격 지표의 변화를 보면, 제도적 보호가 시장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법이 본격 시행된 2004년을 전후로 건강기능식품 생산자물가지수(PPI)의 추세가 변화했으며, 2005년 이후에는 월평균 0.06% 수준의 상승 흐름이 관찰됐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적인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김 조사관은 이러한 결과는 규제체계가 시장 참여자 중 일부에게 안정성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작동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식이보충제’라는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용어의 제품군이 우리나라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강력한 홍보 효과를 지닌 명칭으로 불릴 수 있도록 국가가 공인해준 모양새도 비판했다. “따지고 보면 모든 농식품은 건강에 대한 나름의 기능이 있다고 보는 것이 실제에 더 부합하지 않나요?”

이는 약사단체나 제약업계, 건강기능식품 생산업체 등이 협회 등의 형태로 조직화되어 로비력을 행사하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이들 조직은 (때로는 식품당국도) 인간의 건강이나 취식 행위를 특정 ‘성분’의 과부족 문제로 환원시키는 경향이 강한데다, ‘의약분업’ 이후 일반의약품 매출이 감소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공통된 이해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농업계는 많은 경우 이러한 사실 자체를 잘 모르고, 소비자 또한 그 수가 매우 많음에도 불구하고 집단적 의사 표현 구조를 갖추기 어려워 정책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김 조사관이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현행 제도가 ‘건강강조표시’ 또는 ‘건강기능성 표시’를 건강기능식품에 상대적으로 집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논문에서 이를 검토하기 위해 소비자 실험 결과를 제시했다. 소비자 4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한 그룹에는 현행대로 원재료와 향, 맛 등만 언급한 생강차를, 다른 그룹에는 이에 더하여 미국 시중의 생강차에 표기된 ‘소화불량 완화, 메스꺼움 방지 등에 도움을 줍니다’와 같은 문구가 표시된 생강차를 제시하고 구매 및 음용 의사를 비교했다.

그 결과 건강강조표시가 있는 제품을 본 그룹에서 구매 의사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는 같은 제품이라도 건강강조표시의 허용 수준에 따라 소비자들의 의사 결정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김 조사관은 설명했다. 현행 제도가 이러한 정보 제공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조사관은 먹거리의 건강강조표시를 보다 폭넓게 허용하는 방향이 국제적으로도 일반적인 흐름임을 지적한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참조하는 국제 식품 규범인 코덱스(Codex) 가이드라인을 인용하며, “코덱스는 정상적인 식단을 통해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덱스는 식품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설립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가 제정하는 국제 기준이다.

김 조사관은 이어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다수 국가가 코덱스 지침에 따라 일반적인 식품 전체에 걸쳐 적용되는 ‘건강강조표시’의 제도적 기반 위에서 타 식품군과 병렬적으로 구분되는 식품군인 ‘보충제’ 관련 제도 표준을 수립·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이 그러한 일반법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가운데 건강기능식품법에 의해 국가가 건강기능식품을 ‘마치 마크로 인증하고 권장하는 것처럼 비치도록’ 현행 건강강조표시가 설계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제도적 설계가 시간이 지나면서 ‘경로 의존성’ 문제를 낳았다고 본다. 과거의 제도 선택이 이후 정책 변화의 폭을 제약하면서, 제도의 근본적 재설계보다는 부분적 보완에 그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런 경로 의존성 탓에 건강기능식품법에 대한 비판이 여러 차례 제기됐음에도 결과는 ‘찔끔 제도 개선’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2019년 3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이다. 당시의 개정을 통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일반식품에도 기능성 표시가 허용”되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 제도에 의해 기능성 표시 제품으로 표시하더라도 ‘건강기능식품이 아님’이라는 부정적 표시를 해야 함에 따라 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입법조사관은 이러한 맥락에서, 현행 제도가 특정 제품군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긍정적 명칭을 집중시키는 구조가 건강강조표시의 전반적 확대를 어렵게 만든다고 본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일반식품의 건강강조표시를 더 많이 허용하면서, 현행 건강기능식품법을 실체에 맞게 ‘식이보충제법’으로 명칭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코덱스나 유럽연합 등 국제 기준에 맞춰 모든 먹거리의 건강강조표시 자체를 일원화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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