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밭에서 푸르게 피어난 유기농 미나리 |
![]() 슬며시 내리쬐는 햇살과 앞머리를 간지럽히는 따뜻한 바람에 봄이 왔음을 느낍니다. 봄은 콧노래를 부르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은 입맛에 입안은 깔깔하고 뭘 먹으면 기운이 날지 고민을 하며 길을 나섭니다. 논두렁 태우는 자욱한 연기와 올해 농사를 준비하러 갈아 엎어놓은 논밭, 무엇을 심어 놓은 건지 오종종 귀엽게 덮여있는 비닐들이 보이는 정겨운 풍경을 지나 유기농 미나리가 있는 자연애 영농조합에 도착했습니다. 얼마 전 방송에서 물이 가득한 논에서 자라는 미나리를 본 터라 비슷한 풍경이겠거니 생각했더니 신기하게 밭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 거머리 걱정 적은 밭미나리 자연애영농조합의 유기농 미나리는 하우스에서 자라는 밭미나리입니다. 흔히 물에 잠겨 재배되는 논미나리와 구분되는 재배방식입니다. 논미나리 하면 자연스럽게 거머리가 떠오릅니다. 이범균 생산자의 부인인 지평순 생산자는 거머리가 무서워 미나리 농사를 짓기 싫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거머리 걱정 적은 밭미나리라는 말을 듣고서 안심했다고 합니다. 밭미나리는 야간에 뿌리부위만 잠길 정도로 물을 공급했다가 주간에는 물을 배출시키기 때문에 물에 서식하는 거머리가 침투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하천수가 아닌 지하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거머리 발생률이 현저히 낮습니다. 하지만 간혹 거머리나 민달팽이가 유입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미나리 구매 후 거머리나 민달팽이를 발견하시면 놀라지 말고 씻을 때 식초를 한 숟가락 정도 넣어 담가두면 쉽게 떨어져 나가니 걱정하지 마세요. ![]() 양심으로 키우는 유기농 미나리 미나리 한 뿌리를 꺾어 줄기를 가만 씹어보니 참 매력이 넘칩니다. 여느 샐러드 채소에 뒤지지 않을 아삭한 식감과 코끝에 스치는 향기가 일품입니다. 아무 양념도 조리도 하지 않고 먹었는데도 맛이 좋습니다. 믿고 먹는 유기농 사양에 100% 지하수로만 키우고 있어 깨끗합니다. 주변에 다른 농가도 없어 오염물질 유입도 걱정 없습니다. 지평순 생산자도 그 자리에서 미나리를 꺾어 먹으며 씻지 않고 바로 먹어도 된다고 자랑합니다. 하우스 주변 풀 한 포기, 3,000평이나 되는 유기농 미나리밭도 일일이 손으로 김을 맵니다. 우려되는 물질은 사전에 차단하고 몸이 조금 고돼도 안전하게 키우는 진짜배기 유기농 미나리입니다. ![]() 삼겹살에 찰떡궁합, 활용 만점 팔방미인 자연애영농조합에 도착하니 한창 점심식사 중입니다. 어떤 반찬을 드시나 살펴보니 한가운데 미나리 겉절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나리는 연중 끊이지 않고 공급되지만 뭐니뭐니해도 4, 5월이 가장 맛있을 때입니다. 찬 기온을 좋아하는 작물인 터라 여름으로 갈수록 줄기에 섬유질이 생겨 질겨지고 향이 세집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미나리를 맛보지 않으면 후회한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연하고 부드러워 겉절이, 샐러드, 파절이, 엑기스까지 활용도도 다양합니다. “겉절이로 해서 먹어도 맛있고, 삼겹살 먹을 때 파절이에 미나리 한 줌 넣어서 같이 무치면 삼겹살이 끝도 없이 들어가지.” 끝없는 미나리 자랑에 “미나리는 어디에 좋아요?”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미나리도 반찬인데 골고루 먹으면 다 좋지. 어디 좋다 어디 좋다 할 것 없어.”라는 대답만 돌아옵니다. 굳이 번지르르하게 포장하지 않아도 미나리에 대한 자신감이 넘칩니다. ![]() 365일 멈출 수 없는 손길 미나리는 줄기로 파종하는 작물입니다. 5월에 심어 35~45일을 키우고, 줄기를 잘라 냉장고에 넣어 겨울잠(예냉)을 재웁니다. 그리고 밭에 뿌리죠. 8~10월까지 단계적으로 파종해서 수확 시기를 조절합니다. 미나리 한 뿌리는 2~3번까지 수확할 수 있으며 그 후에 밭을 갈아엎고 다음 농사를 준비합니다. 요즘은 지열을 이용한 온도조절 장치를 설치하며 재배가 그나마 수월해졌습니다. 이 기계는 지열로 공기를 덥혀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을 하우스에 공급해줍니다. 겨울 미나리 같은 경우 120~130일이 되어야 수확할 수 있었는데 덕분에 75일 정도로 수확 시기를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13동이나 되는 유기농 미나리 하우스를 관리하자니 연중 쉬는 날이 없습니다. 부부는 같은 곳에 여행을 가도 늘 다른 시기에 따로 갑니다. 하루도 쉬지 않는 농장 탓에 부부 내외가 함께 자리를 비우는 것이 어려운 까닭입니다. 그래서인지 변변한 부부동반 사진 한 장이 없습니다. 같이 찍은 사진이라고 수줍게 보여주는 것도 미나리밭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그렇게 미나리와 같이 30년 넘는 시간을 따로 또 같이하는 부부가 참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 절대로 나쁜 건 뿌리지 않고 키운다는 말, 내 이름 박힌 건 믿어도 된다는 부부의 말에 아직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향긋한 미나리 한 줌에 생산자의 해맑은 얼굴이 떠오르고, 싱싱하고 파란 미나리 한 줌에 부부의 흙투성이 옷과 손을 생각하게 됩니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봄철 입맛 살려줄 싱그러운 반찬으로 양심의 밭에서 푸르게 자란 미나리 어떠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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